‘꿈’이 내게 무슨 소용 있을까?
한번뿐인 인생,
가시밭길이라도 내
가 가고픈 데로 걷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후회 없는 결단을 내리려면 어찌해야 할까?
세상 살기 참 어렵다.
입시경쟁은 무척 치열하다.
대학의 문은 갈수록 좁아진다.
진학만 하면 어려움이 끝날까?
안타깝게도 그렇지 않다.
취업은 더 어렵다.
괜찮은 일자리를 얻기는 바늘구멍만큼 좁다.
이런 처지에서 미래의 꿈을 말한다는 게 과연 의미 있을까?
의사가, 법조인이 되고 싶다고 해서
그냥 될 수 있는 게 아니지 않는가?
9급 공무원 되기도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려운 현실이다.
돈 못 버는 진로를 걷겠다고 주장하기는 더 어렵다.
소질과 적성이 그 쪽이면 뭐 하겠는가.
소설가가 되겠다, 철학을 공부하고 싶다,
역사학자가 되겠다는 아이 말에,
가라앉는 표정을 애써 감추는 부모들도 적지 않을 테다.
가수나 연예인, 백댄서나 로드 매니저가 되겠다며
결의를 다지는 아이들의 부모 심정도 다르지 않을 듯싶다.
진로선택은 현실 문제다.
진로를 정할 때는 나의 처지와 능력을 꼼꼼히 따져야 한다.
그러나 생활을 위해
꿈을 접어야 한다면 얼마나 답답하겠는가.
한번뿐인 인생, 가시밭길이라도
내가 가고픈 데로 걷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후회 없는 결단을 내리려면 어찌해야 할까?
고통을 대접하라!
진로선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고통’이다.
철학자 김광수는 다음과 같은 예화를 들려준다.
“동물원에 갇혀 있는 수사자를 본 적이 있는가?
제 때에 먹이가 나오고, 암사자가 바로 옆에 있으며,
사냥꾼을 염려할 필요도 없으니, 녀석은 다 가졌다.
그렇지 않은가? 그런데 녀석은 왜 저렇게 지루해 보이는가?”
- 김광수, [철학하는 인간], 연암서가, 2013, P.275
등 따시고 배부른 것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다. .
김광수는 이렇게 말한다.
“고통이라는 도전이 없는 인간의 삶은 특별히 자부심을 느낄만한 것이 못 된다.
” 무엇을 이루어내는 힘은 어디서 나올까?
아쉬움이 없는 사람은 굳이 노력하지 않는다.
나를 비참하게 하고 절망감을 안기며 꼭 갖고 싶다는
절절한 바람을 갖게 하는 것,
바로 그 것이 내가 모든 고통을 이겨내며
내 삶을 끌고 가게 하는 힘이다.
따라서 김광수는 “고통을 대접하라”고 힘주어 말한다.
나는 어떤 점에서 아픔을 느끼는가?
그것을 이루지 못하면 내 목숨이라도 던져 버리고픈 것이 있는가?
애끓는 소망, 그로 인한 아픔이 없을 때
진로 설계는 희미해진다.
무엇보다 먼저 나에게 절실한 것이 무엇인지부터 따져볼 일이다.
가슴앓이에도 수준이 있다.
그러나 갈망만 크다 해서 꼭 성공에 이르지는 못한다.
가슴앓이에도 수준이 있다.
이기적인 사람들은
자기만 편안하고 행복하면 그만이라는 식으로 산다.
고통의 수준이
자기 한 몸을 넘어서지 못한다는 셈이다.
물론, 대부분의 사람들은 가족의 고통까지 보듬는다.
가족 가운데 누가 신산스러운 처지에 놓일 때,
우리 대부분은 어떤 희생이라도 감당하려 든다.
나아가, 그릇이 좀 더 큰 사람은 친척과 지역사회의 고통도 자신의 아픔인 듯 받아들인다.
정말 큰 영혼을 가진 이들은 어떨까?
전혀 모르는 사람들, 인류 전체의 고통,
나아가 삼라만상의 아픔까지도 자기 것처럼 느낀다.
그리고 세상의 어려움을 없애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한다.
돈과 권력만을 바라는 사람이
큰 그릇의 인격이 필요로 하는 지도자나 정치가가 되면,
이는 사회 전체에 재앙일 뿐이다.
그대의 고통은 어느 수준에 있는가?
그대가 의사가 되고 법조인이 되려는 이유는 무엇인가?
돈 많이 벌고 인정받는 직업이어서 하고 싶을 뿐인가,
아니면 세상의 고통 받고
억울한 이들의 아픔을 덜어주기 위해서 하고 싶은가?
이 둘 가운데 누가 제대로 된 의사나 법조인이 될지는 분명해 보인다.
배우나 가수가 되고 싶어 하는 이들도 다르지 않다.
하지만 왜 연예인이 되고 싶은지 되물어 보라.
단지 재밌어 보이고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기 때문인가?
아니면 문화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고픈 간절함 때문인가?
돈과 권력만을 바라는 사람이
큰 그릇의 인격이 필요로 하는 지도자나 정치가가 되면,
이는 사회 전체에 재앙일 뿐이다.
자신의 진로를 고민한다면
먼저 스스로에게 물어보아야 한다.
1. 나는 무엇 때문에 삶이 고통스러운가?
고통을 이겨내기 위한 나의 노력은
2. 나 자신만을 위해서인가,
그 이상의 다른 대상을 위해서인가?
두 질문에 대답이 분명할수록 내게 맞는 진로도 뚜렷해진다.
위대한 사람에게는 위대한 문제의식이 있다.
진로를 정했다 해도, 뜻한 바를 이루기란 무척 어려울 것이다.
단군 신화에서 곰은 무려 100일 동안 마늘과 쑥만 먹으며 버텨야 했다.
인간이 되기란 그만큼 어려운 일이다.
꿈을 이루는 것도 다르지 않다.
선망하는 자리일수록 경쟁이 치열하다.
게다가 오랜 기간의 수련과 훈련이 필요한 경우도 많다.
오랫동안 자신을 다지며 꾸준히 노력하게 이끌려면 어찌해야 할까?
김광수는 이렇게 충고한다.
“제발 나의 소원이 이루어지기를!”하고 비는 대신,
“제발 나의 문제가 좋은 문제이기를!” 하고 바라라.
위대한 사람은 ‘위대한 문제의식을 가진 사람’이다.
김광수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를 예로 든다.
그는 한때 유명한 연극배우였다.
하지만 아우슈비츠의 비극과 공산독재를 경험하면서,
위대한 문제의식’을 갖게 된다.
모든 종류의 독재에 반대하고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리라는 굳은 결심은,
그를 사제의 길로 들어서게 했다.
“제발 나의 소원이 이루어지기를!”하고 비는 대신,
“제발 나의 문제가 좋은 문제이기를!” 하고 바라라.
그렇다면 그대가 가진 문제의식은 무엇인가?
그대가 볼 때, 우리 사는 세상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이며
그대는 무엇을 바꾸고 싶은가?
인간의 삶은 자신만을 위할 때보다
자기보다 큰 무엇을 이루려 할 때 한층 더 뜨겁게 타오른다.
자신이 배 곪지 않으려 일할 때와
가족을 굶기지 않으려고 노력할 때,
어느 쪽이 더 치열함을 불러일으키는가?
내 입에 풀칠하기 위해 직장에 매달릴 때와
국가와 민족을 위한 싸움에서 목숨을 걸 때,
어느 쪽이 더 사명감있게 다가오는가?
제대로 선택한 진로는 내 안의 ‘위대한 문제의식’이 시들지 않게 한다.
20년이 가도, 30년이 흘러도 변치 않을 그대의 ‘위대한 문제의식’은 무엇인가?
그래도 내 선택이 불안하다면
마지막으로, ‘불안함’을 다루어야 할 차례다.
큰 그릇의 인격을 갖고 있어도,
위대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어도,
진로 선택을 할 때의 마음은 불안하기만 하다.
성공은 어렵지만 실패는 늘 가까이 있다.
인생을 걸고 오랫동안 도전한 일이 어그러지면 어쩔 것인가?
내 인생은 가치 없어지지 않을까?
여기에 대해 김광수는 ‘존재 각성’을 하라고 외친다.
우리의 인생은 이미 그 자체로 기적이다.
나와 같은 DNA가 우연히 만들어질 확률은
“십억 마리 원숭이들이 십억 대의 타자기로 동시에 ‘Shakespeare’라는 단어를 정확히 칠 수 있는” 확률에 가깝다.
내가 살아있다는 사실은 ‘우주의 신비’이다.
게다가 나의 인생은 한번뿐이다.
그래서 더 소중하다.
이런 사실을 정확히 깨닫는 것이 ‘존재 각성’이다.
나는 이미 나 자체로 소중하고 가치 있다.
이를 깨닫고 있다면,
그래서 소중한 삶을 오롯이 이끌려고 노력한다면
나는 이미 성공적인 삶을 살고 있는 셈이다.
반면, 기적같이 주어진 삶을 함부로 낭비하고 있다면,
‘한 트럭의 진주로 도로 포장을 하는 꼴’이다.
그러니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스스로를 존중하는 마음으로 살면 된다.
인생이란 백지 수표다.
“우리가 평균 80세를 산다고 할 때,
하루를 수표 한 장으로 생각하면
3만장 정도의 수표를 선물로 받은 셈이다.
우리는 이 수표를 하루에 한 장씩 쓰게 되어 있다.
그런데 이 수표는 신기하다.
쓰지 않으면 그 날로 무효가 되기 때문이다.
이 수표는 다른 면에서 또한 신기하다.
백지수표이기 때문이다.
수표의 액면가는 내가 하루를 어떻게 보내는가에 따라 결정되게 되어 있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그 수표를 단돈 만 원짜리로도 쓰지 못하고,
어떤 사람은 몇 억짜리고 쓰기도 한다.
자. 그럼 우리들에게 공짜 선물로 주어진 ‘삶’이라는 백지수표를
어떻게 사용해야 할까?”-
김광수, [철학하는 인간]
출처 입력
삶은 꾸준한 도전과 성취의 연속이다.
목표를 이루었어도 인생은 계속된다.
진로 선택은 인생의 중요한 문제다.
그러나 직업이 곧 내 인생 전부는 아니다.
인생의 정상에 섰을 때 되레 헛헛함을 느끼는 이들도 적지 않다.
최고의 위치에 올라 부와 명예를 누리면서도 왜 인생이 공허하다고 느낄까?
삶은 꾸준한 도전과 성취의 연속이다.
목표를 이루었어도 인생은 계속된다.
반면, 뜻한 바를 이루지 못했어도 인생은 계속된다.
과정이 결과보다 중요한 까닭은 여기에 있다.
그대의 꿈보다 중요한 것은
꾸준하고 성실한 노력으로 현실을 채워가는 것이다.
어쩌지 못할 처지 탓에 꿈을 저버렸는가?
그래도 그대 인생은 끝나지 않았다.
모든 순간을 알차고 후회 없이 노력했다면, 그대의 인생은 ‘성공적’이다.
글안광복호칭·직책소크라테스처럼 일상에서 철학하기를 실천하고자 하는 철학 교사.
‘소크라테스 대화법’ 연구로 서강대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저서와 강연을 통해 철학의 대중화에 앞장서고 있다.
저서로는 ‘철학 역사를 만나다’ ‘열일곱 살의 인생론’ ‘처음 읽는 서양 철학사’ 등이 있으며
지금은 서울 중동고에서 철학교사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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